공부하다 답답할 때면 창문을 열고 느낄 수 있었던 한 줌의 바람과 햇빛마저 이제는 내 것이 아니었다.

딱 한 과목 듣고 있었던 학원 강의도 끊고, 통신비가 부담 되서 유일한 낙이었던 스마트폰도 처분하고 2G 폴더폰으로 바꾸었다.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것도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노량진을 벗어날 수도 없었다. 300통도  뿌린 구직 원서 중 서류통과는 겨우 5개 되었고, 그마저도 면접에서 낙방했다.

공무원 시험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노량진은 공무원 시험에 관한 정보가 집결되는 곳이다. 노량진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공무원 시험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노량진에 붙어 있어야 했다.

방값 내고 먹고 살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 밤에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다. 낮보다 밤에 일해야 시급을 800원 씩 더 받을 수 있었다. 저녁은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도시락을 먹었다. 합격할 때까지 노량진에 있으려면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했다.

금요일 저녁 8시 편의점이 가장 붐비는 시간이다. 우리카지노

이 시간에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4캔에 만원인 수입 맥주이다.

노량진에서 일하는 직장인들과 수험생들이 집으로 가며 사가는 작은 사치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맥주 바코드를 찍으며 계산에 정신이 없던 와중에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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